혹세무민하는 유시민의 능란한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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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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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중앙일보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똑같은 하늘 아래서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들을 잃은 촌부(村婦)는 1억원을 바쳐 북한에 맞설 기관총을 군함에 걸었다. 그런데 국민 세금으로 호의호식하고 있는 제1 야당 원내대표는 아직도 북한의 소행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다.

 

늙은 군인은 젊은 후배들을 구하겠다고 죽음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야권에서 차기 지지율 1위라는 사람은 어뢰 피격은 소설 같은 얘기라고 했다. 천안함은 하나인데 사람들의 유형은 둘이다. 하나는 묵직한 기관총과 산소탱크이고, 다른 하나는 경박한 혀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지난해 5월 11일 당의 경기도 지사 후보였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는다.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

 

현재까지 어뢰설·기뢰설 온갖 것들이 억측과 소설이다.” 5월 11일이면 여러 정황으로 이미 ‘외부 공격’이 드러난 때였다. 백령도에서 관측된 지진파, 승조원들의 증언, 인양된 함미와 함수의 절단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부폭발이라는 국제합동조사단의 잠정결론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며 언론과 전문가의 분석을 소설로 매도했다. 그는 그해 6월2일 선거에서 낙선했다. 나는 ‘역사가 유시민을 거부한 이유’라는 글을 썼다. 경기도는 남한에서 병력과 무기가 가장 밀집된 곳이다. 육군 4개 군단, 해군 함대, 해병대 사단, 공군 작전사령부와 전투비행단이 포진해 있다.

 

군 지휘관들과 검찰·경찰 책임자, 도의회 의장과 교육감, 그리고 전력·통신을 관할하는 한전·KT의 책임자들이 통합방위협의회를 구성한다. 의장은 도지사다. 유사시에 의장은 “소설”이라 하고 군 지휘관들은 “사실”이라고 하면 국가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래서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역사의 신(神)이 ‘대한민국의 숨통지대’로부터 그를 멀리 떼어놓은 것”이라고 나는 썼다.

 역사가 거부했던 유시민을 당원들이 선택했다. 참여당의 창당선언문은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삶을 당원의 삶을 규율하는 거울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시민은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 제2의 노무현 정권을 만들려고 한다.

 

그렇다면 북한이라는 야만적인 위협과 맞서고 있는 나라에서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소설”이라 하고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사실”이라고 하면 나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유 대표는 독서량이 많은 사람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지식인이 시골의 아낙네도, 도시의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쉽게 아는 북한 소행을 모르고 있다. 가족이 강도에게 당한 걸 모르면 교양 많은 가장이 다 무슨 소용인가. 자신의 책 제목처럼 유시민은 세상을 ‘거꾸로’ 보는 게 아닌가.

 천안함 1주기인 지난 26일 유 대표는 진해 해군기지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다. 외부공격이 아니라 사고사라면 굳이 추모할 게 뭐가 있을까.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사람이 북한을 규탄하는 자리에 왜 앉았는가. 추측하건대 유 대표는 그동안 마음 속에서 갈등을 겪은 게 아닐까.

 

연평도 사태까지 터지자 자신의 ‘소설론’을 후회하고 있는 게 아닐까. 소설론 사건 이후 입장을 밝힌 적이 없어 그의 속마음을 확실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추모식에 앉은 것은 마음의 갈등 행로 때문이 아닐까.

 북한이란 위협이 존재하는 한 국가관이 흐물거리는 인물이 남한의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경제가 커지고 복지국가를 만들어도 북한에 나라를 넘겨주게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

 

경제는 잘 몰라도 두뇌를 빌리면 되지만 국가관·안보관은 빌릴 수가 없다. 천안함 집단살인의 범인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일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의적(一意的) 과제다. 국가안보는 소설이 아니라 실존이다./Joins


20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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