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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아그레망에 죽은 김일성 서명 넣는 막가파

탈퇴한 회원
2017-08-28
조회수 1079

외교 문서에 죽은 김일성 서명 써 보낸 북한
그런 안하무인 태도 남한에 더 심한 건 '민족' 때문 아닌가

김정일 위원장의 이복동생 김평일씨가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로 내정되어 막 바르샤바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그게 1998년이니 벌써 10년도 더 된 지난 세기의 일이다. 10년 이상 대사로 재임하고 있으니 아마 바르샤바 외교가에서는 최장수, 최고참 대사가 아닌가 싶다. 평가도 나쁘지 않아 비교적 무난한 사람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렇지만 그의 부임은 바르샤바의 외교가에 크고 작은 가십거리를 던져 주었다. 그중에 압권은 폴란드 정부의 아그레망을 얻기 위해 북한 정부에서 폴란드 외무부에 제출한 서류에 관한 이야기다. 한 폴란드 친구가 웃으면서 전해준 이야기의 전말은 이렇다.


대사 임용에 대한 아그레망을 요청하는 공식 외교문서를 접수한 폴란드 외무성은 이미 죽은 지 4년이 지난 김일성 주석의 친필 사인을 발견하고는 서류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죽은 사람이 사인을 한 것으로 보아, 실무자가 오래된 양식의 서류를 깜빡 잊고 실수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공식적인 외교 루트를 통해, 현직 최고 국정책임자의 서명을 담은 서류를 요청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북한의 답장은 담당자의 실수가 아니며 그 서류가 옳다는 것이었다. 김일성 주석이 죽었지만, 김일성 주석의 유지(遺志)를 이어 김정일 위원장이 통치하는 '유훈(遺訓) 통치' 기간이기 때문에 김일성 주석의 최종 서명이 마땅하다는 답장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러자 폴란드 외교부는 죽은 사람이 어떻게 서명할 수 있느냐며 신임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을 주지 않았고, 그래서 김평일 대사는 대사 아닌 대사로 상당한 기간을 대사관에서 소일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나중에 어떻게 해결됐는지는 모르겠다. 북한의 '유훈통치' 기간이 마침 끝나서 자연스레 해소되었는지, 아니면 외교 막후 협상을 통해서 상호 간에 약간의 양보를 통해서 해결되었는지, 그도 아니면 폴란드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보했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서 화제로 삼고 싶지 않아서였다. 폴란드 친구들처럼 웃으면서 가볍게 넘기기에는 북한이 단순히 남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유훈통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국가를 통째로 상속받는다면, 나라도 그 정도 '효도'는 할 용의가 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 식(式)대로 살자'라는 구호 아래 정치 이념에서부터 일상에 이르기까지 자폐적 사유(思惟)와 삶의 양식을 고무해 온 북한 사회의 '집단심성(集團心性)'이다.


김평일 대사의 아그레망을 제창하는 외교문서에 버젓이 죽은 김일성의 친필 서명을 카피해놓고 외교적 프로토콜을 무시하는 '안하무인(眼下無人)'적 태도는 바로 그런 집단심성에서 비롯된다. 이 유아독존적 집단심성에서는 상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북한의 절묘한 줄타기 외교에 경탄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교양이 없는 국가라고 본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지적은 참 서늘하다.


그러나 나는 자신과 다른 사상이나 세계관을 수긍하고 다른 관점에 자신을 비추어볼 수 있는 교양까지 '유격대 국가' 북한에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체제의 국가나 사회가 지구상에 같이 존재하는 한, 서로가 공생(共生)하는 게임의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과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북한의 유아독존은 남한과의 관계에서 더 두드러진다.


그것은 북한이 남한을 국제 관계의 파트너라기보다는 '우리 식(式)'룰을 적용할 수 있는 혹은 적용해야 하는 자신의 일부라고 여기기 때문은 아닌가.


남한은 어떤가. 남한이나 북한이나 모두 더 이상 상대방을 '민족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관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한 민족'이라는 전제, '민족 내부'의 문제라는 바로 그 생각이 서로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외교적 예의조차 생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천안함은 '민족상잔(民族相殘)'의 또 다른 비극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동북아의 위태로운 국제관계를 또다시 드러낸 사건이다. 북한 문제는 통일부가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문제처럼 외교통상부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게 내 오랜 생각이다. 천안함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다시 든 생각이다. /NKchosun


201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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