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김정은·여정 남매의 무모한 '김영철 訪南 카드'

관리자
2018-02-27 11:28
조회수 770

입력 : 2018.02.26 03:12


北 '천안함 폭침' 강경론자 보내 자존심 세우고 남한 분열 노려
즉흥·독단적 결정 많은 김정은, 실수 잦아 정권 위기 자초할 수도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전략적 판단보다 즉흥적 결정에 익숙한 김정은 정권의 대남·대외 정책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예측하기 힘들다. 여동생을 파격적으로 파견한 것도 김정은 자신의 결정이었고 이번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남도 논의 과정의 결정이 아닌, 김정은·여정의 공동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

상식적으로 판단한다면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정도를 파견해야 대미(對美) 접촉은 물론, 한국정부와의 원만한 대화가 가능하겠으나 독단적 구조하에서 이런 의견들이 김정은에게 통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들의 결정은 때론 상대방의 허(虛)를 찌르지만 실수가 잦아 지금 북한 정권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은 이명박 정부 초기 공세적 대남 압박을 위해 새로 창설된 '정찰총국'의 수장이었다. 정찰총국은 대남파괴 공작 임무를 수행했던 노동당 산하 작전부와 35호실, 대외연락부 등을 흡수하며 특수공작을 목표로 재편된 조직이었다. 정찰총국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모욕을 당한 김정일의 분노를 복수로 갚아주기 위해 생겨났다.

2009년 북한은 대규모 수해 복구를 위해 식량 10만t 지원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는 '백미(白米)' 대신 '옥수수' 1만t을 지원하기로 했고 모든 분배 과정을 모니터링할 것을 요구 조건으로 달았다. 김정일은 과거 한국정부는 아무 대가 없이 수십만t의 식량을 지원했지만, 이명박은 옥수수로 자신을 '모욕'한다고 생각했다.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귀빈들이 참석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뒷줄 맨 오른쪽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고 가운데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다. /연합뉴스


당시 김정일은 "이명박과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지시를 하달했고 남북관계는 '대화'에서 군사적 공격 모드로 바뀌었다. 김정일의 지시를 받은 정찰총국과 인민군 특수부대들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냈고 거기서 채택된 게 서해지구에서 반(半)잠수함이나 잠수함을 이용해 적의 함선을 격침하는 것이었다.

고위 탈북자들에 따르면 당시 군사작전 회의에 참석한 인민군 상장 김일철은 해군 전문가로서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았다고 한다. 그는 "서해는 수심이 얕고 적 군함의 수중음향탐지기(SONAR)에 걸릴 수 있으므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영철을 포함한 강경론자들은 자정 시간을 이용해 적 군함의 취침시간에 맞추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했다. 결국 김정일의 최종 결정에 따라 작전이 수행됐다.

우리 군인 46명이 목숨을 잃은 천안함 폭침(爆沈) 직후, 김일철 상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모든 군사 직위를 박탈당하고 해임됐다는 북한 당국의 보도가 나왔다. 천안함 공격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던 김일철에 대해 김정일이 "나약한 군인은 필요 없다"라고 말하자, 즉각 그는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다고 한다.

유엔 제재로 사면초가에 직면한 김정은 정권은 사실 한국정부에 납작 엎드려 사정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그들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내세우며 끝까지 한국정부를 시험하고 우롱하려고 한다. 김정은이 김여정을 파견하면서 노린 목적은 미국 부통령을 만나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한국 방문 직후 천안함을 먼저 찾았고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 인권을 논의했다. 김정은이 이런 장면을 놓칠 리 없었을 것이다. 천안함 폭침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우기지만 지금 이 순간도 김정은은 자신을 지켜보는 측근들과 인민들에게 자신의 담대함을 보여주어야 할 '한 방'이 필요했다.

적을 수장(水葬)시킨 장수를 적국에 보내 자신의 위엄을 세우고 남한을 자기 발아래 보이게 하려는 무모한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를 이간(離間)시키고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어 자신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를 더 난처하게 만드는 과거식 전략이 지금 궁지에 몰린 김정은이 선택할 최선의 전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5/20180225016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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