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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바보'들의 남루한 궤변

탈퇴한 회원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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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북한 김씨 왕조의 3대 세습에 대해 아예 침묵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

 

김정은 후계가 공식화된 이후 민노당이 내뱉은 말과 논리는 '어록(語錄)'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구차하고 남루했다. 궤변(詭辯)이 또 다른 궤변을 낳으며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민노당은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해 우리 국민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 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 대해선 거의 세상 만사를 놓고 찢고 찌르는 정당의 성명이었다. 민노당 부설 정책연구소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일 "불편하다는 것이 그릇된 것으로 직결돼서는 곤란하다.

 

우리에게 불편하다고 인식되는 것이 다른 이들(북한)에게는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민노당이 남·북한을 이렇게 이중잣대로 봐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너무 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민노당이 만약 '북한은 원래 그런 체제이니까 무슨 짓을 해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 그 논리는 결국 전제(專制)정치 옹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당명 앞에 쓴 '민주'는 빼는 것이 옳다. 이런 정당을 대한민국 헌법이 보호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지난 7일 민노당 연구소 박경순 부소장은 "김정은은 어리지 않다"는 발언까지 하게 된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26세 때 갑산파 사건에서 맹활약한 이후 당내에서 정치조직 활동을 전개했던 점에 미뤄 현재 (27세 김정은이) 매우 어리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박 부소장은 "진정한 진보는 용납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까지 포용할 수 있는 톨레랑스(관용)를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민노당 울산시당(위원장 김창현)은 '민노당은 왜 3대 세습을 비판하지 못하느냐'고 쓴 한 신문에 대해 절독을 통보하기도 했다.

90년대 초반 김정일 세습체제가 굳어졌을 때 주사파 운동권들은 "김정일의 혈통보다는 그의 능력을 봐야 한다"며 '혈통보다는 인물'이란 논리로 동요하던 학생들을 달랬다.

 

이들은 94년 김일성 주석이 죽자 당시 유행가의 가사를 서글프게 읊조렸다. '어제는 별이 졌다네/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물론 여기서 별은 김일성이다. 지금 민노당 지도부는 '혈통보다는 인물'이란 20년 전과 똑같은 논리를 3대 세습에도 적용시키고 있다.

이처럼 북한 3대 세습은 한국에서 진보라는 간판을 달고 사는 사람들의 속살을 보여줬다. 이들의 반응은 '침묵' '혼란' '궤변' '어중간한 비판'으로 갈렸다.

1944년 미국의 오웬 래티모어(Lattimore) 교수는 소련의 시베리아 정치범 수용소 인권실태 조사단장을 맡았다. 미리 준비된 각본대로 움직인 수용소를 둘러본 래티모어 교수는 "수용소 관리들의 취미가 세련됐고, 수감자들의 생활은 좋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원래 친소(親蘇) 지식인이었던 래티모어 교수를 스탈린에게 '쓸모 있는 바보'였다고 규정했다. 당시 미국엔 이런 '쓸모 있는 바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쓸모 있는 바보'들은 진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쓸모'조차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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