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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자초한 김정은의 세습등극

탈퇴한 회원
2017-08-29
조회수 1094

/장진성 탈북시인

 

북한이 이번 당대표자 회의에서 김정은 후계를 공식화하는 것을 보며 김정일 나라에서 살다 온 나 자신도 이것이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경악했다. 그만큼 김정일 왕조정부가 사회주의 국가로 위장했던 일인체제 가면마저 완전히 벗어버리고 그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는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번 북한 정권의 후계결정은 지난해 화폐교환에 이은 두 번째 자살골인 셈이다. 화폐교환은 시장을 자극하고 주민들의 재산권과 가치관에 직접적 영향을 주었다면, 김정은 후계 공식화는 북한 정권을 지탱하게 하는 수령신격화와 체제가치를 붕괴시켰다.
 
즉 현 북한의 양대 기둥인 화폐교환으로 인한 물질가치와 3대 세습으로 인한 이념가치를 잃은 셈이다. 우선 스물일곱 살 어린애에게 군 대장 감투를 주어 북한의 체제이념인 선군가치를 붕괴시켰다.
 
비록 위안일지라도 그 체제 안에서 그나마 생존 자부심을 갖던 주요 계층인 북한 군부 내에 상당한 혼란과 반감을 가증시켰을 것이다. 아무리 수령의 군대라 할지라도 전혀 근거 없는 애송이의 초고속 승진을 지켜보고 또 복종해야만 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탈할 것인가.
 
또한 그동안 선전선동으로 기만해 왔던 수령신격화가 붕괴되는 역사적 순간이기도 했다. 북한정권이 주민들에게 세뇌시켰던 수령신격화의 핵심은 인물과 업적에 근거한 수령신격화이다.

 

그런데 이번 김정은 후계결정은 위인중심이 아닌 혈통중심의 수령신격화를 각인시킨 셈이다. 즉 북한 2000만의 운명은 김씨 가문이 조작하고 주도한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한 셈인데 과연 이를 오늘의 북한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지금의 북한 주민들은 그 어느 가치보다도 자기들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된 시장가격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체질화 됐다. 이는 북한 정권이 더는 역사왜곡과 날조로 주민들의 현실을 기만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김정은 후계공식화로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에 이은 김일성 통치의 먼 과거까지 새로운 눈으로 뒤돌아보게 한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3대 세습 공개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권력지배 계층의 혼란이다.
 
김정일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는 이번 결정은 지배계급의 충성질서와 균형에 미묘한 균열을 주었을 것이다. 물론 김정일의 영원한 유일지도를 강조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미 상징적 명분이고 실제적인 권력이권과 타산에 의한 분배와 재편은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김정은은 자기의 존재감을 인위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숙청의 기회와 구실을 찾을 것이며 이에 충성하려는 경쟁세력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권력혼란은 김경희 세력과 김정은 세력의 양분현상으로 더 고조될 것이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장성택의 권력입지가 외부의 예상과 달리 많이 축소된 것도 지배구조를 현 권력조건과 질서를 고려한 합리성보다 순수한 혈통 중심으로 꾸미려는 김정일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상황으로는 김경희나 김정은 둘 중 누구에게도 그러한 권력 정통성과 자기 계파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됐던 김정일 독재통치의 또 다른 허점이기도 하다.

 

하여 김경희나 김정은은 각자 지금부터 자기 권력을 가져오기 위한 절차와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는 북한의 수령유일지도체계에서 지금껏 있어보지 못했던 최초의 시도인 셈이다.
 
물론 김정일의 숨통이 붙어있는 한 그의 지위와 경험독재가 당분간 감시와 조정역할을 할 것이지만 그것은 새로운 혈통권력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향후 북한의 지도자는 엄연히 김정은이로 내정됐고 김경희는 그 과정일 뿐이라고 하지만 조카의 지도공백을 메워주기 위한 고모의 권력팽창은 모순과 갈등의 연속으로 반복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북한의 권력계층 속에서는 분명 다른 이상 현상이 나오게 될 것이며 시장의 요구와 맞물려 정책과 함께 계파의 분열도 초래될 수 있다. 하다면 이런 불충분 요소들을 감안하면서까지 김정일은 왜 굳이 서둘러 속도위반을 했을까?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다. 김정일은 자기의 생체적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여 이번 후계 공식화가 나는 김정일의 생체적 시간표를 우회적으로 말해주었다고 본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가장 중대한 시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우리 스스로의 대북인식과 입장이 과거와 전혀 달라져야 한다. 더는 김정일 정권 연장선에서 남북관계를 보거나 예단하지 말고, 보다 자신감과 주도권을 가지고 통일미래 지향적으로 모든 문제에 임해야 한다.

 

하여 김정일 스스로가 남북관계에서부터 자괴감을 가지게 해야 하며 그러한 심리가 초조함과 전횡으로 이어져 후계권력질서에도 혼란을 조성해야 한다. 북한 같은 유일독재 국가에선 지도자의 심리변화가 곧 국내 변화로 이어진다.

 

북한의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우리는 김정일 권력과 김경희 김정은 합의권력 사이에 균열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남북대화를 유도해야 한다. 즉 유일독재를 통틀어 북한의 견해를 물을 것이 아니라 반드시 김정일의 생각과 북한 새 지도부의 견해를 나누어 해석하고 답해줄 것을 요구하여 북한정권 자체를 혼란스럽게 해야 한다.
 
이는 김정일의 권력과욕을 자극하고 안정적인 세습권력을 방해할 것이며 그러는 사이 김정일의 운명과 함께 북한 붕괴도 빨라질 것이다. 아울러 지금이야말로 남한 정부가 탈북자정책에도 좀 더 발전적인 대안을 고심하고 내놓아야 할 때이다.
 
이명박 정부가 탈북자들을 단순히 이민자들처럼, 제3의 민족처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이다. 탈북자들이야말로 통일의 선봉대이며 자유민주주의 선교사들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될 것이며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장진성

201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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