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권력 살찌우는 식량지원 계속 해야 하나

탈퇴한 회원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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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nksc

2010-10-18 09:34:49  |  조회 1183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지금 북한과 관련해서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속의 물음이 하나 있다. 기아선상에서 헤매고 있는 북한을 도와줄 것인가, 아니면 김정일 체제가 망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가 그것이다. 우리 정치권과 사회단체, 언론은 둘로 갈려 논쟁을 하고 있고, 이것은 이념차원의 대립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북한의 경제는 이미 결딴나 있고 식량은 부족해 수십만 명이 굶주리고 있다는데, 김정일 체재는 3대 세습을 한다며 막대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열병식을 갖고 평양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경축의 춤을 추는, 지극히 이중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어느 것이 북한의 참모습이고, 어느 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고려해야 하는 대상인지 헷갈린다.

평소 북한의 정치에 대해선 「북한의 눈높이」로 보자고 외쳐대던 친북 쪽 사람들이 근자에 와서 식량원조 문제가 나오자 새삼 인도주의를 거론하는가 하면, 북한 주민의 비참한 삶에 인도주의를 말하던 사람들은 김정일 체제의 연명(延命)을 도와줘서는 안 된다며 대북지원을 경계한다. 그것은 북한문제가 우리에게 그만큼 어렵고 이율배반적이라는 사실을 함축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품어왔던 의문이 하나 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된 이래 우리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시위가 수도 없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하루에 수백에 이른다고 한다.

 

그처럼 자기 의사의 개진과 항의의 표출에 철저한 민족이 어떻게 통일신라·고려·조선 등 500년이 넘는 왕조시대에 무기력하게 살았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수천년간 빼앗으면 빼앗기고, 때리면 맞고, 죽임을 당하는 것을 숙명으로 알았던 굴종의 백성들이 어떻게 오늘날에는 그들의 불만을 봇물처럼 쏟아내는 시위만능의 국민으로 변신했는가.

그 의문은 오늘날 김씨 왕조 체제에 대한 북한주민의 무기력에도 적용된다. 남쪽의 사람들은 이처럼 자기 의사 표시에 강하고 권력에 저항적인데, 북쪽의 형제들은 어째서 그들의 지배세력에 저처럼 무기력하고 무저항적인가? 때로는 우리가 과연 같은 민족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사회학자들은 사회가 빈곤하면 할수록 저항의지가 약해지고 권력을 상대로 일어날 힘이 조직화되지 못하는 것으로 그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말하자면 먹고 살기에 바쁘고 살아남기에 급급해 다른 여력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경제력이다. 국민이 먹고 살만해야 정치를 살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도 산업화를 거쳐 삶의 형편이 나아지면서 민주화의 흐름을 탈 수 있었다. 지금 북한 주민은 가난해서 일어설 힘조차 없는 것이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얼마 전 칼럼에서 『북한의 지배집단은 주민들의 한계적 생존상황을 또 하나의 통치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여기에 우리의 대북지원의 문제점이 있다. 지금 우리가 식량·물자 등 대북지원을 하면 그 지원은 그대로 북한주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지원은 우선적으로 군부와 지배계층으로 가고, 그래도 남으면 주민에게 갈 수도 있다는 것이 지원론자들의 주장이지만 우리의 지원규모는 그렇게 무제한적일 수 없다.

 

 결국 우리가 지원하든 안 하든 북한주민의 생존환경은 여전히 한계점에 머물고 통치기반만 연장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것이다. 북한의 지배세력은 주민의 식량문제가 해결되고 정권을 향한 비판의식이 살아나는 상황을 방치할 리가 없다. 적당히 배를 곯려 계속 「수령님」을 외치는 절대빈곤의 상태로 북한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통치기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구체적인 상관관계나 통치기법을 검토하지도 않고 덮어놓고 대북지원과 협력을 내세우거나 대화를 터야 한다는 막연한 「평화주의」는 무책임하다. 대북지원론은 궁극적으로 북한주민의 삶과 생존을 염두에 뒀다기보다 북한 지배체제에 보다 무게를 둔 발상이며, 그것은 결국 ‘대북’지원이 아니라 ‘대(對) 김(金)왕조’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탈북자들도 견해가 갈린다지만 대다수는 대북지원의 효율성을 문제 삼아 부정적이라고 한다. 지금도 한 탈북인사의 비장한 언급이 마음에 남는다. 『지금 북한에 식량을 주면 북에 남은 우리 아들, 딸 세대가 얼마간 연명하는 효과는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북한 지배층을 더욱 살찌우고 주민의 가난을 연장시켜 그들의 지배를 영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아들세대가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김정일 체제가 계속돼 손자 세대까지 굶어 죽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을 희생해서라도 내일을 살리자는 것입니다.』/NK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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