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는 외면, 우파는 체념하는 北인권이 국제이슈화된 건
김상헌·윤현·강철환씨 등 국내 NGO들의 노력 덕분
"북 인권에 침묵 안된다"는 公言… 노벨위원회는 꼭 실천해야
북한 인권 문제엔 기이한 반비례 현상이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커지는데 정작 국내에선 무덤덤하다.
지난 6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선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 등 각국의 북한 전문가 45명이 모여 성명서를 냈다.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유엔 안보리에 권고하는 등 15개 항을 담았다. 캐나다 집권 보수당은 오는 19일 총선을 앞두고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데려와 정착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탈북자를 붙잡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중국을 무안케 하는 얘기다. 이달 초 유럽북한인권협회는 탈북자 30명을 심층 면접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담은 40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촌 어딘가에선 북한 인권에 대한 외침과 고발이 거의 매일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선 그 메아리가 작다. 좌파는 애초부터 '북한 정권과의 평화'를 내세우며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해왔다. 인권을 최우선시하는 좌파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우파는 체념하고 게을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여태껏 북한인권법조차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윤여상 소장은 "우리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인권적 감수성이 없는 걸까요"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국내 북한 인권 운동가들의 시선이 국제무대로 돌려진 지 오래다. 최근 몇 년 사이 북한 인권 단체가 각국에서 생겨나고 국제기구들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경보음이 커지고 있는 배경엔 국내 NGO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깔려 있다. 김상헌(84) 북한인권정보센터 명예이사장은 지난 20년간 이 분야에 헌신해온 사람이다. 2002년 주중 스페인대사관으로 탈북자 25명의 피신을 기획한 그를 타임지는 이듬해 '아시아 영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이번 주 유럽에서 인권 운동가들과 회의를 열고 있는 그는 "북한 동포를 고통으로부터 구출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와 함께 1996년 북한인권시민연합을 창설한 윤현(86)씨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주도한 북한 인권 세미나가 지난달 북한의 우방인 인도네시아에서 열리자 북한은 인도네시아 대사를 해임했다. 탈북자 출신으로 암살 위협을 무릅쓰고 북한의 참혹한 현실을 국제사회에 고발해온 강철환·안명철씨, 주사파에서 전향해 북한 인권 운동을 하다가 중국 당국에 모진 고문을 당한 김영환씨 등 수많은 인사가 음지에서 뛰고 있다.
이들이 무슨 대가를 바라서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북녘 동포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발 뻗고 잠잘 수 없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이들은 격려받아 마땅하고 또 격려받아야 더 힘이 나서 일할 수 있다. 인권 운동가들에게 주어지는 상은 적지 않지만 제일 권위 있는 상은 노벨 평화상이다. 노벨 평화상은 가끔 각국의 인권 운동가에게 주어진다. 작년엔 탈레반에 맞서 여성 교육권을 주장한 17세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받았다. 그의 수상은 이슬람권의 여성 인권 문제가 국제적으로 조명받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엔 옥중에 있는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가 선정됐다. 그는 아직 출소하지 못했고, 국제사회는 중국에 인권 탄압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미 국무부는 작년에 발간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토대로 "북한 인권이 세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70년 동안 전체주의를 유지하면서 정치범 수용소에 15만명을 가두고 있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최근 국제적인 난민과 인권 문제는 기존 국가 체제가 해빙되거나 타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생겨나고 있는 데 비해 꽁꽁 닫혀 있는 북한의 인권 문제는 구원의 손길조차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북한 인권은 세계 인권의 최대 난제인 셈이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홍성필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 의장에게 물으니 "최근 유엔에는 지금까지 북한 인권 문제를 소홀히 한 데 대해 반성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유엔이 코소보·르완다 등에서 극악한 반(反)인도 범죄를 막지 못했는데 북한에서 그런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인권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이처럼 커지고 있다면 다음번 노벨 평화상은 북한 인권 운동가에게 줄 만하지 않은가. 이미 김대중 대통령이 받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2000년 김 대통령의 수상 후 북한 인권은 나아진 게 없다. 군나르 베르게 노벨위원장은 당시 김 대통령에게 상을 주면서 "북한 주민들은 오랫동안 극도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들의 굶주림을 외면하거나 엄청난 정치적 탄압에 침묵할 수는 없다"고 했다. 노벨위원회가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2015.10.15
좌파는 외면, 우파는 체념하는 北인권이 국제이슈화된 건
김상헌·윤현·강철환씨 등 국내 NGO들의 노력 덕분
"북 인권에 침묵 안된다"는 公言… 노벨위원회는 꼭 실천해야
북한 인권 문제엔 기이한 반비례 현상이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커지는데 정작 국내에선 무덤덤하다.
지난 6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선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 등 각국의 북한 전문가 45명이 모여 성명서를 냈다.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유엔 안보리에 권고하는 등 15개 항을 담았다. 캐나다 집권 보수당은 오는 19일 총선을 앞두고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데려와 정착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탈북자를 붙잡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중국을 무안케 하는 얘기다. 이달 초 유럽북한인권협회는 탈북자 30명을 심층 면접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담은 40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촌 어딘가에선 북한 인권에 대한 외침과 고발이 거의 매일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선 그 메아리가 작다. 좌파는 애초부터 '북한 정권과의 평화'를 내세우며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해왔다. 인권을 최우선시하는 좌파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우파는 체념하고 게을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여태껏 북한인권법조차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윤여상 소장은 "우리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인권적 감수성이 없는 걸까요"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국내 북한 인권 운동가들의 시선이 국제무대로 돌려진 지 오래다. 최근 몇 년 사이 북한 인권 단체가 각국에서 생겨나고 국제기구들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경보음이 커지고 있는 배경엔 국내 NGO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깔려 있다. 김상헌(84) 북한인권정보센터 명예이사장은 지난 20년간 이 분야에 헌신해온 사람이다. 2002년 주중 스페인대사관으로 탈북자 25명의 피신을 기획한 그를 타임지는 이듬해 '아시아 영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이번 주 유럽에서 인권 운동가들과 회의를 열고 있는 그는 "북한 동포를 고통으로부터 구출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와 함께 1996년 북한인권시민연합을 창설한 윤현(86)씨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주도한 북한 인권 세미나가 지난달 북한의 우방인 인도네시아에서 열리자 북한은 인도네시아 대사를 해임했다. 탈북자 출신으로 암살 위협을 무릅쓰고 북한의 참혹한 현실을 국제사회에 고발해온 강철환·안명철씨, 주사파에서 전향해 북한 인권 운동을 하다가 중국 당국에 모진 고문을 당한 김영환씨 등 수많은 인사가 음지에서 뛰고 있다.
이들이 무슨 대가를 바라서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북녘 동포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발 뻗고 잠잘 수 없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이들은 격려받아 마땅하고 또 격려받아야 더 힘이 나서 일할 수 있다. 인권 운동가들에게 주어지는 상은 적지 않지만 제일 권위 있는 상은 노벨 평화상이다. 노벨 평화상은 가끔 각국의 인권 운동가에게 주어진다. 작년엔 탈레반에 맞서 여성 교육권을 주장한 17세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받았다. 그의 수상은 이슬람권의 여성 인권 문제가 국제적으로 조명받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엔 옥중에 있는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가 선정됐다. 그는 아직 출소하지 못했고, 국제사회는 중국에 인권 탄압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미 국무부는 작년에 발간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토대로 "북한 인권이 세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70년 동안 전체주의를 유지하면서 정치범 수용소에 15만명을 가두고 있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최근 국제적인 난민과 인권 문제는 기존 국가 체제가 해빙되거나 타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생겨나고 있는 데 비해 꽁꽁 닫혀 있는 북한의 인권 문제는 구원의 손길조차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북한 인권은 세계 인권의 최대 난제인 셈이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홍성필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 의장에게 물으니 "최근 유엔에는 지금까지 북한 인권 문제를 소홀히 한 데 대해 반성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유엔이 코소보·르완다 등에서 극악한 반(反)인도 범죄를 막지 못했는데 북한에서 그런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인권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이처럼 커지고 있다면 다음번 노벨 평화상은 북한 인권 운동가에게 줄 만하지 않은가. 이미 김대중 대통령이 받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2000년 김 대통령의 수상 후 북한 인권은 나아진 게 없다. 군나르 베르게 노벨위원장은 당시 김 대통령에게 상을 주면서 "북한 주민들은 오랫동안 극도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들의 굶주림을 외면하거나 엄청난 정치적 탄압에 침묵할 수는 없다"고 했다. 노벨위원회가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201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