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러운 북한의 인권 저지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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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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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안쓰러운 북한의 인권 저지 외교

지난 17일(현지시간) 폭설로 도시 전체가 마비됐던 미국 워싱턴. 버스가 끊기고 공공기관이 문을 닫았지만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선 북한 인권 토론회가 예정대로 열렸다. 전날 장일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중단을 요구했던 토론회다. 17일 현장에서 만난 한 인사는 “북한 유엔대표부 측은 지난 13일 이 토론회에 참석하겠다고 요구해 왔다”며 “뉴욕의 북한 유엔대표부 인사가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국무부의 여행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참가를 주장한 건 토론회 취소를 주장하려는 명분 만들기”라고 지적했다. 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도 “북한이 원했던 게 토론회 참석인지 취소인지가 분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CSIS와 연세대, 북한인권위원회(HRNK),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기념재단 등이 함께 마련한 이 토론회는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이 참석해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북한 외교관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인권 토론회’를 막기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인권 공론화 저지 외교에 총동원령이 내려진 듯한 양상이다. 북한은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한 북한 인권 국제심포지엄도 막으려 했다.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는 “자카르타 인권 심포지엄이 열리던 현장에 북한 관리들이 직접 나타나 항의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정렬 인도네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물론 집권 여당과 인터폴에까지 “북한을 모욕하는 이 같은 행사는 중단돼야 하며,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

북한은 19일엔 ‘협박 외교’로 나섰다. 북한 외무성은 “무모한 인권 도발 책동을 초강경 대응으로 끝까지 짓부숴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인권 행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놓곤 대체적으로 해석이 일치한다. 17일 토론회의 한 참석자는 “평양의 수뇌부에서 행사를 막으라고 재촉하니 일선 외교관들이 결사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인권은 현장 외교관들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카르타나 워싱턴의 인권 토론회가 취소됐다 한들 북한 인권 이슈가 국제 사회에서 사라질 리는 만무하다. 동시에 북한은 정치적 인권은 고사하고 주민들의 배고픔을 해소해 주는 생존권적 인권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을 굶기는 나라가 바깥 세계를 상대로 인권 전쟁을 벌여봐야 설득력이 없다. 북한은 인권 저지 외교에 앞서 먹고사는 인권부터 스스로 해결하는 게 먼저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출처 : 중앙일보 / 보도일자 : 2015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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