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 칼럼] 김평일 평양 入城과 김정은/ 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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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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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8월 요덕수용소에 필자와 같은 날 수감돼 혹독한 첫날을 치렀던 리용모라는 친구가 있었다. 훗날 그와 가까워지면서 그가 수용소에 들어온 이유가 김평일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고위직 자녀들이 다니는 남산중학교 교사였던 그의 부친 리성흡은 노동당 교육부 고위간부이기도 했다. 김정일에 비해 온화하고 총명했던 김평일을 편애했다는 이유로 그는 승호리수용소(1급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고 가족은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다. 김일성의 첫 '1호 비행사'이며 공화국 영웅으로 유명한 김형락도 김평일과 친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요덕에 갇혀 있었다. 당시 요덕수용소에는 김평일 때문에 끌려온 사람이 많았다. 한때 북한의 엘리트들은 김일성의 총애를 듬뿍 받는 김평일에게 희망을 걸었다. 같은 수령(首領)의 아들인데 김평일을 선택했다는 '죄'는 죽음으로 갚아야 했다. 김평일 본인도 간부들의 따돌림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해외로 도피하듯 나갔고 수십 년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왔다.

그런 김평일이 평양에서 열린 해외 공관장 회의에 참석해 김정은을 만났다. 이는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한 사건만큼이나 쇼킹한 사건이다. 아무런 권력도 없는 김평일을 늘 두려워한 김정일인데 김정은도 다를 수는 없다. 김정은은 김일성을 닮으려고 몸무게까지 불렸지만 김평일은 원래 김일성을 닮았다.

그런데도 김평일이 평양에 입성한 것은 김정은의 관대함 때문이 아니라 김평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 김정일보다 세습 명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김정은의 집권 명분은 '백두혈통'이다. 왕조 체제는 왕조의 원로와 가문의 후광이 있어야 한다. 세조도 큰아버지 양녕대군이라는 강력한 후원자가 있어서 권력 찬탈에 성공했듯이 김정은도 가문의 강력한 후원이 필수적이다. 김정은이 처형한 장성택과 부인 김경희는 '백두혈통'의 유일한 본류(本流)이자 가문의 어른이었다. 김경희가 장성택 처형을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김정은은 가장 강력한 후원자 둘을 잃었다. 노동당 조직부 내에도 김경희의 의견에 동조하는 세력이 있었을 만큼 사태는 심각했다. 장성택 사건은 무지막지한 칼날로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후유증은 너무나 심각하다.

'백두혈통'의 지지도 제대로 못 받는 김정은에게 진심의 충성은 불가능하다. 예측불허의 잔인함과 명분 없는 숙청으로 북한 상류층은 잔뜩 움츠리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가문의 어른이 사라지고 가문으로부터 멀어지는 김정은이 절대권력을 쥐었다 해도 명분 있는 반란이 일어나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평일이 권력 없는 당비서직이나 정치국 위원 등에 임명돼 김정은을 지지해준다면 김정은의 권력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위험한 인물이지만 그를 불러 활용해야 할 만큼 김정은 체제가 허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평일은 비록 해외를 떠돌며 외롭게 살아왔지만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너무나 외로운 김정은에게 김평일이 어떤 존재가 될지 지금부터 지켜봐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201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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