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 총참모장 이영호 숙청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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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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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환(북한전략센터 대표/조선일보 객원기자)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이었던 리영호는 오극렬 노동당 작전부장이 직접 김정일에게 천거한 엘리트 군인이다. 반란 가능성 때문에 인민군 최고 수뇌부는 멍청한 충성분자들로 채웠지만 핵심인 오극렬과 리영호는 전략과 전술을 아는 장수로 인민군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들이었다.

 

김정일 시대에는 오극렬이 모든 군사작전을 지휘했고, 김정은 시대에는 리영호가 있었다. 2010년 발생했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도 리영호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해군 전문가인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천안함 공격은 무모한 작전이라고 했을 때 리영호는 이 작전을 성공시켰다. 그후 리영호는 김정일의 절대 신임을 얻었고, 김일철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김정일이 군대에서 후계자 김정은을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리영호를 내세운 것은 그가 가진 강직함과 군사전략 능력 때문이었다. 자신이 죽고 김정은 시대가 돼도 선군(先軍)정치가 지속되려면 리영호 같은 충직스러운 군인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옆에 리영호를 내세웠고 아무런 배경이 없는 그는 군부 최고 실세가 됐다. 그런 인물이 하루아침에 날아간 것이다.

리영호의 숙청을 장성택 일파와의 권력 투쟁으로 보기도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북한 내부에 큰 변화가 오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리영호 숙청은 거대한 핵심집단 간의 이권다툼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 사후 북한은 극도의 경제난으로 민심(民心)에 이어 군심(軍心)까지 돌아서고 있다.

 

더 이상 먹을 것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김정은이 아무리 김일성 흉내를 내며 '쇼'를 해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김정은은 최근 당장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민들의 생산물 처분권을 인정하는 개선된 분조관리제를 발표하고 시행에 옮겼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경제사업을 내각이 주도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말만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북한 경제는 '제1경제'로 불리는 내각경제, '제2경제'인 군수경제, 김씨 왕조의 사(私)경제인 '궁정경제'가 있다. 내각경제는 군수경제와 궁정경제에 밀려 빈 껍데기만 남아 있다. 북한 경제를 살리려면 군수경제와 궁정경제부터 내각에 편입시켜야 한다. 또 과도한 군사비를 축소해야 경제에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

 

그런데 군수경제가 내각에 편입되면 군부는 막대한 외화벌이 수단을 내각에 빼앗기게 된다. 리영호를 중심으로 한 군부가 내각 중심의 경제체제 확립이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어떤 식으로 북한을 변화시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리영호를 버렸다는 것은 '선군정치'가 일단 유보됐다는 뜻이고 변화가 불가피한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국가보위부·군부·인민보안부·노동당 등 북한의 핵심기관들은 각자 외화벌이 수단을 차지하고 인민경제를 파탄시키는 주범이 돼 왔다. 내각 중심 경제는 이런 기득권을 허물어야 한다. 장성택 등이 김정은을 등에 업고 리영호를 제거함으로써 한판승을 거뒀지만 김정일 시대에 막강한 힘을 키워온 기득권 집단과의 치열한 권력투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NKchosun


201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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