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박인숙씨'의 비극

탈퇴한 회원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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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환(북한전략센터 대표/조선일보 객원기자)

 

북한으로 되돌아가 기자회견장에서 남한을 비난하면서 김정은에게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박인숙씨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탈북 단체 모임에서 자주 봤고 개인적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온화한 모습이지만 얼굴이 항상 어두웠고 근심이 깊어 보였다. 가족에 대해 물어봤을 때 북한에 아들이 있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북한 체제를 동경했거나 좋아했다는 것은 출신 성분이나 살아온 배경으로 봤을 때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박씨가 북한으로 되돌아갈 마음을 가졌을 때는 목숨을 포기할 각오를 했을 것이다. 자기 때문에 자식이 위험해졌다면 목숨을 내놓고라도 자식을 구하고 싶은 것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박인숙씨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고 분단과 북한의 폭압 체제가 만들어낸 또 하나 반인륜 범죄의 현장이라고 생각했다.

박인숙씨 건과 유사한 사건은 이전에도 종종 발생했다. 그 주인공은 모두 잘 알던 사람이어서 당황스러웠지만 우리는 북한을 체험한 사람들이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1996년 남한에 들어왔다 다시 입북해서 남한을 헐뜯는 강연을 하다가 재탈북한 남수씨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함경북도 온성에서 우산공장 지배인을 했던 그는 '빨간물'이 덜 빠진 상태에서 회사 공금 문제로 탈북했다가 남한까지 흘러들어 왔다.

 

하지만 사업 실패로 희망을 잃은 그는 북에 남겨둔 자식들이 생각났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 그는 "참 우스운 이야기지만 다시 북한에 가서야 남한의 자유가 소중한 것을 깨달았고, 겨울에 찬물도 안 나오는 북한의 현실을 다시 느끼고서야 남한의 풍요로움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자식들을 모두 이끌고 재탈북해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비록 재입북한 죄 때문에 감옥 생활도 했지만 자유가 있는 남한이어서 감옥 생활도 좋다고 했다.

 

남쪽에서 보면 괘씸죄이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재탈북은 어쩌면 영웅적인 행위다. 김정일이 직접 나서 용서하고 우산공장 지배인으로 다시 임명했는데 그걸 박차고 나왔다. 김정일을 망신 주고 북한 인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준 것이다.

북한의 아내와 자식을 구하려고 재입북했다가 체포돼 종신 수용소에 끌려갔던 유태준씨는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풀려나 역시 김정일의 방침을 받고 북한 사회에 재정착했지만 그것을 뿌리치고 재탈북했다.

 

 그는 북한의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구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남한의 어머니에게 "인간쓰레기, ○○년은 인간도 아니다"는 욕설을 하도록 강요받았다. 김씨 부자(父子) 사적관의 해설원이던 고청송씨도 남한에서 사업 실패로 방황하다 북한의 가족이 그리워 재입북했지만 국가보위부는 그를 지하 감방에서 때려 죽였다.

북한은 거대한 감옥이면서 인질 국가다. 탈북자들은 그 누구도 북한에 남겨두고 온 가족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까운 가족을 인질로 잡고 간첩질을 시키고 재입북(再入北)을 강요당할 때 사람들은 괴로워한다.

 

 박인숙씨는 바로 그 악랄한 정권에 자식을 인질로 잡힌 힘없는 한 어머니의 비극적인 모습일 뿐이다./NKchosun


201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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