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던 재중동포 학자의 비극적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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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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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동 조선일보 디지털뉴스부 차장대우

 

2년 전 어느 날 리둔추(李敦球)라는 중국 학자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와는 그 이전에 서울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한국 정치 상황을 뚜르르 꿰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출국 전에 책을 몇 권 사고 싶다며 교보문고 안내를 부탁했고 나는 흔쾌히 응했다. 서점에서 원했던 책을 발견하고 그는 무척 기뻐했다. 직함이 '국무원 산하 세계발전연구소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이었던 그는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한반도 전문가였다.

지난해 6월 취재차 그와 접촉할 일이 있어 베이징으로 연락했더니 연락이 닿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는 간첩 혐의로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었다. 한반도 관련 정보를 북한에 넘겨준 혐의였다. 북한측 스파이 역할을 했다는 얘긴데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중국에서 한반도 관련 업무를 하다가 이렇게 '칼 맞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10년 전 필자가 베이징에 특파원으로 부임해 가장 먼저 만났던 리빈(李濱) 전 주한대사는 김정일 방중 관련 기밀을 누설한 죄로 공직생활을 접었고,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남북처장으로 한국 특파원들과 친하게 지냈던 유망한 조선족 관리 장유성(張留成)은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누설한 죄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한국 특파원들은 이 사건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중국을 다시 보게 됐다.

지난달 25일 한국 언론에 조그맣게 보도된 또 다른 조선족 학자 김희덕(金熙德·57) 박사의 운명도 기구하다. 연길대학과 미국 코네티컷주립대, 일본 동경대 대학원에서 수학한 그는 중국의 대표적인 일본·한반도 전문가다. 중국과 홍콩 언론은 물론 일본의 주요 매체들도 수시로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정도로 그는 최고의 학자로 인정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소장이던 그는 지난 2009년 2월 한국과 일본 정보기관에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체포됐고 이번에 징역 14년이라는 중형(重刑)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인정한 그의 혐의는 김정일의 건강 상황과 김정일을 치료하기 위해 중국 의료진이 북한에 파견됐다는 내용을 누설한 것이다. 그의 운명은 이번 판결로 사실상 끝이 났다.

 

만기 출옥하면 나이 일흔을 넘을뿐더러 기밀 누설죄는 중국에서 재기 불가능한 죄다.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 태어난 그는 학자로 대성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 노력과 성취는 남·북한과 중국, 그리고 일본까지 개입된 거대한 동북아 정치 수레바퀴 밑에서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갔다.

학자가 연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 그것도 외국 정보를 누설했다고 징역 14년을 때리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한반도 분단과 북한 체제의 존재다.

 

김정일 체제는 억압적인 중국 체제와 공조해 탈북자들을 사냥하더니 이제는 촉망받는 중국 동포의 희생까지 초래하고 있다. 동족상잔, 그것도 이민족과 손잡고 자행하는 최악의 동족상잔이다. 그런데도 북한 정권은 여전히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고 있고 그에 동조하는 세력이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NKchosun


201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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